<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비정규직·영세사업장 노동자… 당신을 응원합니다”

안산의 젖줄이라 할 수 있는 반월·시화공단이 조성 된지 앞으로 40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안산은 공단과 함께 성장해오고 성장하고 있는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반월·시화공단은 안산의 현실이자 미래라고 할 수 있다.
반월·시화공단은 1만 6천여 개의 사업체에 약 26만여 명의 노동자들이 근무하고 있는 전국 최대 규모의 공단이며, 근로자 50인 미만의 영세사업장(사업장 당 평균 노동자 수 16.6명) 밀집지역이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의 임금은 최저임금에 머물러 있으며, 이들은 생존을 위해 장시간의 노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월평균 237시간이라는 살인적인 노동시간을 강요받고, 근무하면서 평균 급여는 179만원 밖에 수령하지 못하고 있다 보니 심신이 지쳐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게다가 전국 최대의 파견노동시장이 형성되어 있으며, 실제로도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불법파견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뿐 아니라 노동조합 조직율은 불과 1%밖에 되지 않아 노동자들의 인권과 이들에 대한 사회적 보장은 등한시 되어 오고 있다.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센터장 박재철, 이하 비정규직지원센터)는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영세사업장의 노동자들을 위해 지난 2012년 7월 설립된 기관이다.
설립된 지는 불과 1년에 불과하지만 비정규직지원센터를 위탁·운영하고 있는 ‘(사)안산·시흥비정규직노동센터’는 2006년부터 반월·시화공단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해 오며 그동안 축적된 정보력과 경험 등을 기반으로 그 역할을 충실히 해오고 있다.
특히, 노동자 출신으로 현재 비정규직지원센터를 이끌고 있는 박재철 센터장은 2006년 안산·시흥지역 노동상담네트워크 대표를 역임하고, 전국 중소기업의제연구포럼 집행위원으로 활동해 오면서 그 누구보다 비정규직 노동자와 영세사업장의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고충에 대해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노동인권’과 관련해 그 조회와 깊이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때문에 그가 이끄는 비정규직지원센터에서는 노동자들에게 필수적인 지원사업들을 시행해 오 고 있다.
복잡한 법률과 절차를 알지 못해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전화와 인터넷, 방문 및 이동, 야간 상담센터를 운영하며 무료 노동 상담을 진행하고 있으며, 정규직과 동일한 일을 하고도 불합리한 차별을 받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보호하고 권익을 향상시킬 수 있는 사회적 기반 조성을 위해 ‘최저임금 캠페인’, ‘비정규 문화제’, ‘최저임금 준수 및 비정규직 줄이기 협약 추진’ 등 다양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또한, 비정규직 및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실태조사와 더불어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노동자 중심의 정책이 실현될 수 있도록 반월공단과 공동부문, 공공서비스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각 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실태조사를 실시해 토론회와 공청회 등에서 다양한 정책 대안을 제시와 더불어 노동문제를 제기해 공론화하기도 한다.
이뿐 아니라 미래의 노동자인 청소년들을 위한 ‘청소년 노동인권교육’과 안산지역 노동자들의 권익향상과 자기계발을 위해 ‘노동협의회 위원 교육’, ‘노동자들을 위한 노동교실’ 등 유익한 내용의 강연과 강좌를 개발, 개설하고 있다.
首長인터뷰 박재철 센터장
“노동자 복지가 실현돼야… ‘시민이 행복한 안산’이 됩니다”
▲ ‘노동관련’ 업무를 하게 된 계기와 센터 설립 배경
“직장생활을 하다가 건강상의 문제로 직장을 그만두게 됐습니다. 당시 IMF금융위기로 인해 평생직장이라고 생각하며 일하던 회사에서 쫓겨나는 수많은 노동자들과 계속해서 늘어만 가는 우리사회의 비정규직노동자들을 보면서 ‘이들을 위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런 고민을 바탕으로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아 지난 2006년 12월 28일 민간에서 ‘안산·시흥비정규노동센터’를 설립했습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2012년 안산시의회에서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가 만들어지고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가 설립될 수 있었습니다. 센터의 설립은 6년간에 걸친 민간센터의 실험을 지방정부가 안정적으로 이어가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노동자들이 밀집돼 있는 안산에서 비정규직과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을 지원할 수 있는 기관이 만들어진 건 아주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센터의 주요 활약과 성과가 있다면
“설립된 지 1년 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민간에서 운영해오던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 열심히 달려 왔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비정규직·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삶을 지원한다’는 모토 아래 정책연구사업, 노동상담사업, 노동권 보호사업, 교육사업, 생활지원사업 등을 진행해왔습니다.
정책연구사업으로는 공공부문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연구, 파견노동실태조사 및 개선을 위한 연구, 10인 미만 사업장 사회보험 확대를 위한 연구 등을 진행했고, 현실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연중 이어지는 무료노동상담을 통해 연간 500여건의 노동상담을 진행하고 있으며, 노동자들의 권리보호를 위해 최저임금, 노동권에 대한 홍보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습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을 위해서 12개 안산시내 고등학교에서 노동인권교육을 진행하고 있고 노동자들을 위해 지속적인 법률 강좌와 더불어 성공회대학교와 교육협약을 맺고 ‘안산노동대학’에서 강의를 진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 활동 한계와 극복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
“비정규직이나 영세사업장 노동 문제는 지방정부의 관심 뿐 아니라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개선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이런 부분에서 현실적인 한계를 느낄 때가 많습니다. 커다란 변화가 아니더라도 중앙정부 차원에서 법제도의 정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리고 취업이 어려운 4·50대 분들이 ‘일할 곳 없냐’고 찾아오시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많습니다. 2014년에는 이에 대한 수요파악과 시와 고용노동부가 진행하고 있는 공공일자리연계 프로그램에 대한 분석을 통해 좀 더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행정의 변화에 대해 연구해볼 계획입니다. 짧은 기간 동안 한다고는 했지만 아직도 우리 비정규직, 영세사업장에서 어렵게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눈높이에서 보면 많이 부족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더 분발해야겠지요.”
▲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10년 일하던 직장에서 갑자기 쫓겨나 울면서 찾아온 노동자, 일하다 손가락을 다치고도 깁스를 하고 출근해서 일을 해야 해서 도대체 법은 어떻게 되어있냐며 억울하다고 찾아온 여성노동자 분 등 많은 분들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라면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회사 관리자에게 밉보였다는 이유로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은 나오지 말라’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와 저희와 함께 권리 찾기에 나섰던 분의 이야기입니다. 진행과정에서 ‘너만은 복직 시켜주겠다’는 유혹을 뿌리치고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30여명의 처우개선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면서 까지 끝까지 정의의 길을 지켜주셨던 분. 그 용기가 참 고마웠습니다.
작년 11월 말에 저희는 그 분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들어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부라보 마이 라이프’라는 제목으로 극을 올렸습니다. 달맞이 극장을 2층까지 가득채운 시민들과 처음부터 끝까지 눈물로 극을 지켜봤던 그분의 가족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 앞으로의 운영 계획은
“욕심이 있다면 더 많은 노동자들과 함께하고 그들을 위한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안산의 젓줄이라 할 수 있는 공단에는 1만 6천여 개의 사업장에 26만 명의 노동자들이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한회사당 평균 16.6명 정도가 근무하고 있는 셈이지요. 이들은 대기업에서나 누릴 수 있는 기업의 복지는 없고 최저임금에 주 55시간의 장시간 노동에 지쳐 있는 노동자들입니다. 기업도 종속적인 원·하청 관계에 놓여 있다 보니 노동자들에게 뭔가를 해주기가 여의치 않은 조건에 있습니다.
저희는 이런 노동자들에게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노동자생활공제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올해 서서히 공제회의 실체를 만들어갈 생각입니다. 생활공제회는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생활에 필요한 소비제품들을 공동구매 등의 방법으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게 해서 간접적인 소득향상을 이끌어 내자는 것입니다. 더불어 노동자들 상호간의 소통을 통해 건강한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 가자는 것이지요. 올해는 아이들 교육센터, 저렴하고 건강한 반찬공급 등 제법 규모가 있는 체계를 만들어보려고 준비 중입니다. 센터는 이런 과정을 통해 작은 노동자밀집도시 안산에 특색 있는 지역노동복지를 만들어갈 꿈이 있습니다.”
▲ 시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전하는 말씀
“안산은 시민이 노동자인 도시입니다. 인구 76만 명 중 27만 명이 노동자입니다. 그리고 그 중 41%가 공단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3명중 한명이 노동자인 셈이니 사실상 대부분의 가정이 노동자인 셈이지요. 그래서 안산에서 시민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노동자가 행복해져야 합니다. 최대의 복지는 노동자의 복지인 것이지요. 노동 문제가 먼 나라의 이야기거나 다른 사람이 이야기가 아니라 다수 시민의 이야기라고 생각해 주었으면 합니다.
더불어 우리 비정규직노동자들께 포기하지 말자고 꼭 당부 드리고 싶습니다. 현실이 어렵고 잘 안된다고 쉽게 체념하거나 대충 우리인생을 놓아버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상담을 하다보면 많은 사례들이 그렇습니다. 자신이 정당하게 받아야할 임금과 권리를 쉽게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용자는 법을 준수하고 노동자는 자신의 권리를 당당하게 요구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사회가 건강해지고 아이들이 웃을 수 있는 사회로 가는 방법 아니겠습니까?”
-이용호 기자 yong@banwol.net